(종로1가) (우 03157)
식탁 하나 의자 하나에 세월의 향기가 나는 식당이 있다. 추억을 찾아 사람들이 모이고 또 추억을 만들려 사람들이 모이는 곳, 대를 이어 장사를 하거나 대를 이어 단골이 되는 그런 식당이 종로1가에 있다. 60년대 중반 지금의 광화문우체국과 외환은행, sk빌딩 등 그 언저리에 모여 있던 술집거리에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낙지볶음이 그것이었다. 당시에는 참새구이 등 다양한 안주가 있었다. 낙지 안주도 있었는데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식이었다. 여기에 매운 낙지볶음이 등장했고,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살아 남은 낚지볶음이 안주의 전쟁에서 승리한 셈이다. 도시개발로 인해서 중구 무교동에서 종로구 수송동으로 식당을 옮겨서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르메이에르빌딩에서 종로구청 가는 길목에 낙지집이 예닐곱집이 모여 있었다. 매운 낙지볶음에 입맛들인 단골들은 매일 저녁 그 거리에 모여들었고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곳 낙지골목에 두 번째 재개발 폭탄이 떨어졌다. 빌딩이 들어서고 옛 건물이 사라진 것이다. 재개발 때문에 낙지볶음 식당들은 새로 지어진 르미에르빌딩으로 들어가거나, 그 주변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낙지센터가 2009년 3월 현재 옛 자리에 남아 있지만 그마저도 조만간 재개발의 폭풍에 밀려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한다.
60년대 낙지집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따로 나와 낙지집을 차릴 정도로 낙지볶음은 식당 주인에게나 손님들에게나 매력적인 안주였다. 그랬으니 선술집 안주로 시작한 낙지볶음이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 맥을 잇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마늘과 매운고추가루 등 입맛으로 느낄 수 있는 재료 이외의 양념의 비밀은 끝내 알려주지 않는 것도 맵지만 맛 있는 낙지볶음 양념의 유혹적인 맛, 인기 안주의 맛을 더 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마음이 답답하고 몸이 찌뿌둥할 때 종로1가 낙지골목을 찾아 매운 낙지볶음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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